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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민원 실명제 악용 주의보

제천뉴스

by 정홍철 2017. 2. 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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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민원 실명제 악용 주의보  

기사입력 2005-01-06 15:56 | 최종수정 2005-01-06 15:56


[오마이뉴스 정홍철 기자] 인터넷의 빠른 보급과 그 파급력으로 인해 네티즌의 한마디가 세상을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위력적인 '네티즌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


인터넷은 개인간의 정보교환은 물론 여론 형성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개인의 의견을 인터넷에 게재하여 토론을 펼치기도 하고 생활 등에서 겪은 고충과 행정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도 인터넷을 이용해 개진하는 비중이 날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일일이 사람을 만나거나 민원창구를 방문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일소할 수 있어 바쁜 일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게재와 동시에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는 인터넷의 특성상 명예훼손과 인권침해의 소지도 많다.


또한 최근 들어 실명제의 대폭 실시에 따른 부작용도 대두되고 있어 네티즌들의 자정노력과 아울러 관리주체의 보다 명확하고 발 빠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인터넷 민원을 위주로 문제점과 사례를 분석해 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충청북도 제천시의 경우 홈페이지(www.okjc.net)를 통해 민원게시판인 '제천시에 바란다'를 운영하고 있다. 이 게시판을 통해 시민들은 시정과 관련한 질의를 하기도 하고 시행정과 관련한 개선점, 민원 등을 개진하고 있다.


이에 관련 실·과·소는 민원사항에 대한 답변을 민원사무처리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회신을 하고 있다. 초창기 회신기일인 4~5일에서 최근에는 2~3일로 대폭 단축되었는가 하면 당일 또는 하루만에 회신되는 답변도 늘고 있어 민원으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천시청 홈페이지는 지난 2003년 초 인터넷실명제가 논란이 일고 있을 때 실명제로 전격 전환되었다. 실명제 실시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차단한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특정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권침해 등의 부정적인 요소를 차단할 수 있는 '1차 거름망'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개진되었던 의견이나 인터넷민원들이 개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성명을 대조, 실명임이 확인될 경우에만 글쓰기가 가능케 변경되었다. 이로 인해 비실명으로 운영되던 때와는 달리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의 빈도는 줄었고 신중(?)을 기하는 글들이 게재되었다.


실명 가장한 명의도용·차명 비일비재


그러나 실명제는 차명과 명의도용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즉 타인의 주민번호와 이름을 도용, 실명을 가장한 얼굴 없는 민원들이 게재되고 있어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실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민원성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은 게재된 내용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일례로 지난 12월 17일 오후 제천시청 홈페이지에는 시의회의 국·도비 예산삭감과 관련 '예산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시의회를 질타하는 내용이 개진된 바 있다.


이에 시민원부서는 게시자인 김모씨에게 유선전화를 통해 게재 여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명의도용임이 밝혀졌다. 등록된 게시물에 나타난 주민번호와 이름의 실소유자인 당사자인 김모씨는 글을 게재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민원부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 부적절한 게시물로 판단하고 삭제해 분쟁의 소지를 조기에 막았다.


또한 이보다 앞선 지난해 8월 말 시를 질타하는 내용의 글들이 게재되자 여론을 의식한 집행부의 몇몇 관계자들이 동원돼 시를 옹호하는 영문 모를 칭찬의 글들이 속속 게재되었다. 그러나 '물타기 글'들은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가 시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IP와 일치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움직임이 들통 나기도 했다.


이는 명의를 도용해 게시물을 등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선량한 여론을 가장한 진실을 숨기려는 음모가 현실로 가능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지난달 초에는 시민주차타워와 관련, 시를 질타하는 글이 게재되었다. 여기에 옹호성의 글이 답글로 달렸으나 이 역시 제천시가 사용 중인 IP와 동일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4일 김모씨가 게재한 글이 본 글의 내용과는 동문서답(?)격이며 작성자의 IP 확인 결과 '물타기글'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시민 신모(31·제천시 신백동)씨는 "시를 옹호하는 관련 게시물의 출처가 종종 제천시청 IP와 일치하고 있어 순수 시민의 글인지 해당 민원관련 부서의 관계자인지 의심의 여지가 많다"라고 꼬집었다.


타인의 주민번호와 명의를 도용한 실례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 14일 유모씨는 '시정소식이 개인의 홍보에 이용…'의 제하의 글을 통해 명예훼손 소지를 다분히 내포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해 당사자는 물론 관련 부서도 상당한 곤욕을 치른바 있다. 특히 이 글은 차기 지방선거와 관련한 내용도 담고 있어 게시물의 출처를 놓고 갖가지 의문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게시자로 등록된 유모씨는 제천 지역이 아닌 인근 A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확인 결과 유모씨는 A지역의 관공서 홈페이지에는 동일명으로 게재된 글이 한 건도 없었다.


이에 한 시민은 "거주 지역의 사안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인근지역에 대한 일련의 사안들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으며 지방선거에까지 관심을 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원관련부서의 한 관계자는 "이를 놓고 게시자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취해 봤지만 연락에 실패했다.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삭제는 불가능했다"고 말해 글은 삭제되지 않았다.


한 법조인은 "게시자는 게시물을 통해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전후 문맥으로 보아 누구인지를 인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기 시장 운운하며 공무원의 윤리 등을 거론한 것은 사실 여부를 막론하고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 지목된 당사자는 법적인 대응을 자제해 파문은 확산되지 않았으나 소송으로 이어져 사법기관의 수사가 확대되고 출처가 명확히 밝혀졌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졌을 것"이란 후문이다.


향후 분쟁의 소지를 내포한 게시물에 대해 자치단체와 민원관련부서는 운영·관리의 주체로서 응당한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인터넷 전문가는 "게시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답글 등의 공지를 통해 분쟁의 소지가 있는 문구에 대한 수정 또는 삭제권고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허위 또는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 등의 목적으로 유포돼 특정 대상자의 명예가 훼손되고, 사회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면 관리주체도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응당한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인터넷, 가상에서 실상으로


사회의 이슈 뒤에는 네티즌의 제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법선거운동, 각종 공산품의 결함, 국민연금의 부조리 등이 네티즌들의 제보에 따라 일파만파로 전파된 실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부조리에 대한 관심과 투철한 고발 정신이 빛을 발해 사회의 개선과 자성을 요구하는 도구로서 사용되는 순기능적 요소가 있는 반면 실명이든 비실명이든 여론을 호도하고 사회를 문란케 할 소지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세간에 '인터넷에 올린다' '공무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네티즌'이란 말이 회자되곤 한다. 불친절 또는 비리가 언제 어디서 네티즌의 손끝을 타고 인터넷으로 퍼질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보편화로 사회에 불어닥친 변화이다.


인터넷에 게재되는 민원성 글 등은 실시간으로 감사 기관의 모니터 대상이 되었다. 그동안 '재수없이' 감사에만 걸리지 않으면 거칠 것이 없는 '철밥통'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몰고 온 변화의 바람 속에 사정의 가시범위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홈페이지에는 신문고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컨텐츠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공무원의 친절·불친절 신고에서 환경감시, 납품계약비리까지 신고할 수 있어 분야에 제한이 없다.


광역자치단체가 아니더라도 중소자치단체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 수십 건에 달하는 신고가 접수된다. 아무리 하찮은 의견이라고 해도 담당 공무원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또한 처리과정과 결과는 감사관실에서 항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관련법령은 인터넷 신문고도 일반 민원의 범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민원에 있어 네티즌이 늘 아픈 곳만 찌르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도 미처 몰랐던 시정에 대한 개선·대안을 제시하거나 친절공무원을 칭찬하고 미담 등을 소개하는 것이 그것이다.


인터넷의 고발성과 함께 칭찬도 늘어가고 있음은 네티즌들이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단편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신문고 기능이 이처럼 서민들의 억울함을 줄이고 사회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돈 없고 '빽' 없는 시민들에게 인터넷이 든든한 배경이자 도구가 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정보가 소통되는 속도는 빛보다 빠르다. 빠르게 퍼지는 정보는 유포되면서 살이 덧붙여지고 구체화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정보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에 따라 1차적으로 네티즌의 자정노력과 함께 관리주체의 행정·기술적인 보완을 통해 즉각적인 교통정리(?)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홍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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